현대차 “부품 현지화” 본격화… 국내 부품업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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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응해 부품 현지화에 본격 나선다고 밝히면서, 울산을 비롯한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대미 수출 감소는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납품 물량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24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단기적으로 부품 소싱 변경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사적 협업을 통해 전략적 부품 현지화를 실행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0여 개 부품에 대해 최적 조달 방안을 검토하는 전담 태스크포스팀(TFT)도 운영 중이다. ‘고율 관세 충격’… 수천억 영업이익 증발

이번 발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 여파로 현대차의 2분기 수익성이 큰 타격을 입은 데 따른 대응 조치다.

현대차는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가 8282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으며, 이 중 20%가 부품 관세에서 발생했다.

기아도 관세로 인해 영업이익이 약 7860억 원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현지 부품 조달률은 48.6%로  테슬라(68.9%), 혼다(62.3%), 도요타(53.7%)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는 곧 미국 내 생산 차량에 대한 고율 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내 부품업계 “최대 고객 잃을 판”

현대차의 공급망 전략이 현지 중심으로 바뀔 경우, 국내 부품업체는 대미 수출의 급격한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2억2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그중 60~70%가 현대차·기아향 물량이다.

울산을 포함한 국내 부품업계는 ‘가장 큰 수출시장’이자 ‘최대 고객’을 동시에 잃을 위기에 놓인 셈이다.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기존에 수출에 의존하던 부품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현지 진출도 쉽지 않아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수 있다”며 “미래차 전환으로도 힘든 상황에서 이중고, 삼중고에 부딪혔다”고 우려했다.

국내 납품까지 줄어드나… 부품사 ‘이중고’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기반으로 현지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70만대에서 120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문제는 국내 생산 물량이 줄어들 경우, 국내 부품업체의 납품 기회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부품업계 전체 납품액(2023년 기준 71조6584억 원)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점유율은 무려 90.3%에 달한다.

공급망이 미국으로 재편되면 그만큼 납품 실적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현지 생산이 늘면 국내 출고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납품도 줄어든다”며 “관세로 인해 수출도 어려운데 납품까지 끊기면 설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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